[사설] 日 신규 백년기업 2500개…가업승계 막는 상속세 수술 서둘러야

입력 2024-02-06 18:02   수정 2024-02-07 06:57

올해 창업 100주년을 맞은 일본 기업이 2519곳에 달한다. 공조기기 대기업인 다이킨공업, 제지회사 고쿠사이카미펄프상사, 산업용 기계 제조사 마에카와제작소 등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이 포함됐다. ‘제조 강국’ 일본답게 올해 100주년을 맞은 기업의 23.5%가 제조업체다. 새삼스러운 사실은 아니지만, 여전히 부러운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100년 이상 된 기업은 14곳에 불과하다. 30년을 넘은 기업은 3% 미만, 50년 이상은 아예 소수점에 그친다. 이들 업력 30년 이상 ‘장수기업’은 국가적 기여도 남다르다. 10년 미만 기업에 비해 자산은 평균 28배, 매출은 19배, 고용인원은 11배, 법인세 납부액은 32배 많다.

일본에 장수기업이 많은 이유로는 가업을 승계하는 전통과 제도적 지원 등이 꼽힌다. 일본은 1947년까지 장남이 가업과 유산을 상속·승계하는 것을 의무화한 가독상속 제도를 이어가며 장남이 물려받으면 상속세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감면해줬다. 2007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승계난을 겪자 가업을 물려받을 때 내야 하는 증여세와 상속세를 전액 유예하거나 면제해주는 파격적인 특례사업승계제도를 2018년 도입했다. 그러자 2년 만에 신청 건수가 연간 3815건으로 10배 급증했다. 이 덕택에 일본 산업계에 세대교체가 활발히 이뤄지고 활력이 되살아났다는 분석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에도 여전히 24년 묵은 징벌적 상속세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상속세 최고세율(50%)이 최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까지 감안하면 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로 태어난 창업자들이 은퇴 시기에 접어들면서 대거 ‘승계 절벽’ 위기에 직면했지만, 이런 상속세 부담 탓에 가업을 물려주지 못해 폐업하거나 매각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우리도 가업 승계 때 부담을 줄여주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지난해 확대했지만, 여전히 공제 대상이 협소하고 사후 요건이 까다로워 이용이 적다. 게다가 과도한 상속세는 주가를 눌러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부추기는 주범으로도 지목받는 현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5개국에는 아예 상속세가 없고, 상속세 원조국인 영국도 단계적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상속세를 걷는 것보다 가업을 이어받아 법인세를 더 내고, 일자리를 만드는 게 사회에 이익이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부의 세습’ ‘부자 감세’라는 시대착오적 프레임에 발목 잡혀 있을 여유가 없다. 상속세제 재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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